BTS가 소환한 ‘곱빼기 예찬론’...1.5배 든든함의 미학

운영자 기자 | 기사입력 2022/01/13 [17:04]

BTS가 소환한 ‘곱빼기 예찬론’...1.5배 든든함의 미학

운영자 | 입력 : 2022/01/13 [17:04]

요즘 관심을 끝고 있는 단어는 곱빼기. 지난 연말 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방탄소년단(BTS) 멤버 RM이 곱빼기를 언급하며 갑자기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기 시작했다. 그는 라이브 방송에 나와 평소 (팔도)비빔면을 즐겨 먹는데 1개는 양이 적고 2개는 많다“1.5배 사이즈를 좀 내주셨으면 좋겠다고 발언해 주목받았다. 곱빼기 얘기다. 앞서 글 쓰는 셰프 박찬일이 짜장면에 관한 예찬을 묶은 신간 짜장면:곱빼기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세미콜론)도 내놓았다. 짜장면에 대한 저자의 진심 어린 예찬 곱빼기란 단어와 마주치며 별안간 몇 곱절이 된다.

 

 

한 번에 두 그릇도, 사리를 추가함도 아니다. 처음부터 그득한 배불뚝이 곱빼기, 그 이름과 모양새가 주는 시청각적 포만감이 있다. 이것이야말로 바로 곱빼기의 매력이다. 언젠가부터 양보다 질의 논리에 밀려 소멸될 위기에 처했던 곱빼기가 오랜만에 다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순우리말인 곱빼기는 두 곱의 양을 한 그릇에 담아내는 것을 말한다. 곱에다 뭔가를 특정하는 어미 배기를 붙인 곱배기가 아닌 곱빼기가 맞는 말이다. 주로 면 요리에 쓰며 밥에는 곱빼기란 말을 잘 쓰지 않는다.(곱빼기가 일상인 중국음식점에선 볶음밥에도 쓸때가 있다)아무튼 이런 화두가 등장한 덕인지, 경기가 어려워진 탓인지, 다시 곱빼기가 곳곳에서 회자되며 되살아나고 있는 분위기다.

 

비빔면을 생산하는 팔도 측은 BTS의 바람대로 현재보다 용량이 더 많은 팔도비빔면 컵용기 제품 개발에 들어갔다고 밝혓다. 1.5배가 아닌 1.2배 용량의 팔도비빔면 곱빼기는 이르면 다음 달 말이나 3월 초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라면에서 곱빼기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청보식품에서 아예 곱배기라면을 출시한 바 있다. 1984년 등장한 청보식품은 100원짜리 라면 시대에 120원을 받는 대신 30g을 더 넣은 150g짜리 곱빼기 라면을 출시해 주목받았다. “한 끼 식사로 충분다는 카피를 내세웠다. 요즘 라면은 보통 120g(신라면, 진라면 등)이다. 가장 작은 스낵면이 105g이다. (밥 말아 먹을 때 제일 맛있다는 이유는 혹시 양이 적어서일지도 모른다)

 

곱빼기는 푸짐하고 후한 인심의 상징이다. 먹는 양이야 사람마다 다른데 제공하는 음식량은 같다. 다 비우고 나서도 뭔가 모자란 이들이 생길 수 있다. 양을 더 내주고 약간의 값을 더 해 받는 방식이 곱빼기다. 이름은 갑절을 뜻하는 곱빼기지만 보통은 2배가 아니라 1.5배 정도를 더 준다. 반대로 값은 반그릇을 추가로 시키는 것보다 더 싸다. 그러니 곱빼기는 한때 서민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는 훈훈한 인심의 상징이었다. 사리를 추가하는 요즘 방식과는 또 다르다. 면만 더 주고 짜장이나 국물은 그대로 주는 곳도 있다.

 

국숫집이나 냉면집, 국밥집 등에서도 간혹 볼 수 있지만, 곱빼기가 가장 많이 토용ㅇ되던 곳은 중국음식점이다. 짜장면이나 우동, 짬뽕 등 면류에 많이 쓰였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곱빼기 매출이 가게마다 많았다고 한다. 당시는 그릇도 지금보다 작은 멜라민 그릇을 썼기 때문에 보통은 아무래도 모자랐다. 짜장면의 경우 곱빼기에 1000원을 더 받은 집이 많다. 원래 가격이 비싼 집은 2000원을 더 받는 곳도 있지만 보통 가격의 5분의 1정도를 곱빼기 값으로 낸다고 생각하면 된다.

 

가격을 받아들이면 우선 푸짐해서 좋다. 몹시 허기질 때 보통짜리는 먹다가 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경우도 있는데 곱빼기는 그럴 일이 없다. 식당 입장에서도 좋다. 1명에게 2그릇을 팔면 더 낫겠지만 재료와 품, 설거지 등도 2배로 든다. 곱빼기는 추가 매출이 조금 발생하는 대신 조리 시 양만 좀 넉넉하게 잡으면 된다.

 

특짜장, 특밥, 특설렁탕 등 이 붙는 메뉴는 곱빼기와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은 많이 다르다. 양이 많은 게 아니라 특별한 고명 등에 충실한 메뉴로 질을 우선시하니 오히려 상반된 개념이다. 또 곱빼기에 대항해 보통보다 양을 줄인 반빼기가 등장한 적도 있었다. 2007년 서울 강남구는 구 관내 음식점에 반빼기 메뉴를 제안했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인다는 명목이었다.

 

외국에도 양이 많은 메뉴들이 있다. 미국 피자나 핫케이크 집의 레귤러(R), 라지(L)와 파티(P) 사이즈, 일본의 오모리메뉴가 그 양이나 가격이 곱빼기 시스템과 닮ᄋᆞᆻ다. 터키 현지 음식점에는 대부분과 11/2인분 메뉴가 따로 있다. 어떤 ㅇ므식이든 정말 1.5배가 나온다. 다만 가격이 거의 정확하게 양과 비례한다는 것이 우리 곱빼기와의 차이점이다. 곱빼기와 비교해 별반 이득은 아니다.

 

이래저래 곱빼기는 우리에게 넉넉한 인심을 보여준다. 야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박찬일 셰프의 말마따나 듣기만 해도 언제나 가슴이 뛰는 곱빼기가 우리에게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그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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