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 가던 베테랑 경찰관 ‘촉’에 딱 걸린 보이스피싱범

운영자 기자 | 기사입력 2021/12/17 [13:05]

백신 접종 가던 베테랑 경찰관 ‘촉’에 딱 걸린 보이스피싱범

운영자 | 입력 : 2021/12/17 [13:05]

코로나19 3차 접종을 위해 지난 15일 오후, 병원으로 향하던 부산 연제경찰서 수사심사관 정찬오 경감. 예약 시간에 맞춰 분주히 발길을 옮기던 정 경감의 눈에 뭔가 낯설면서도 의심스러운 장면이 들어왔다.

 

▲ 현금인출기에 돈을 쌓아 두고 입금하던 보이스피싱범이 지난 15일 현장을 지나가던 경찰의 기지로 붙잡혔다. 사진은 당시 정찬오 경감이 현금인출기 앞에 서 있는 모습/부산연제경찰서제공 



아파트 단지 앞 현금입출금기 부스 안에서 반복해서 뭔가를 하는 한 남성, 자세히 보니 5만 원권 돈다발을 입금하고, 또 입금하고 있었다. 이 장면을 본 정 경감은 번뜩, 전화금융사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35년 차 경찰의 촉이 발동했다.

 

나도 급하게 돈을 찾아야 하는데 왜 많은 돈을 여기서 입금합니까?”

 

입금에 정신이 팔려있던 남성은 정 경감의 이 말에 하던 행동을 멈췄다. 결국, 먼저 일을 봐야겠다며 현금 입출금기를 차지한 정 경감은 카드를 넣었다 뺐다 하며 자기 은행 일을 보는 것처럼 시간을 끌었다. 남성에게 말대꾸를 유도해 돈을 입금하는 걸 멈추게하고, 시간도 버는 기지를 발휘했다.

 

곧 지구대 경찰관들과 강력팀 형사들이 도착했고, 확인 결과 정 경감의 촉이 그대로 들어맞았다.

 

돈을 입금하고 있던 20대 남성 A씨는 전화금융사기범죄 전달책이였다. A씨가 입금하고 있던 돈, 그러니까 피해자로부터 가로챈 돈은 모두 2,400만 원이었다.

 

A씨가 이 중 200만 원을 입금하던 중에 이 발동한 정 경감이 말을 걸었고, 나머지 돈을 보내려던 차에 정 경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덜미가 잡혔던 것이다. 다행히 경찰은 남은 돈을 회수해 피해자에게 돌려줄 수 있었다. 35년 경찰 생활 중 26년을 수사 부서에서 근무한 경찰관의 재치가 빛났던 순간이었다.

 

검거 모습을 지켜본 정 경감은 유유히 백신을 맞으러 병원으로 다시 발길을 돌렸다. 이후 정 경감은 은행 마감 시간대도 아니고, 충분히 은행에 가서 입금을 할 수 있는데도 현금입출금기로 반복해서 입금하는 모습을 보고, 수상하다고 느껶다.”고 그때를 설명하며 시민들도 수상한 장면을 목격하면 112로 바로 신고를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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